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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 in Love)

Sebien 2011. 7.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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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았던 복학 첫학기가 지나가고 몸도 마음도 영혼도 피폐해져서 방구석 폐인처럼 문명이나 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얼마전에 그루폰에서 4만원 어치 구매한 문화상품권에서 앨범 몇장 사고 남은돈이랑 카드에 적립된 포인트랑 쪼개서 책 몇권을 샀다.

그중에 하나가 많은 지인들이 추천하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익숙해지고 이별하는 과정을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인 '나'가 '클로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키워가고, 이별을 하면서 느끼는 '나'의 심리 변화와 '나'와 '클로이'간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세상엔 많은 연애소설들이 발에 채일듯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이 특별히 다가오는 이유는 주인공인 '나'가 느끼는 감정들, '클로이'와 관계를 정립해 나가며 그 나름대로 내놓은 분석들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만큼 일반적이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느껴봤을 법한 감정과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들은 매우 흔한 소재이지만 이 소재들 가운데서 특별히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을 잘 발췌하여 드러내고 있다.

나는 공대생이라 그런지 철학자 이름을 인용하면서 철학적으로 이러한 감정들을 설명하는게 좀 현학적으로 보기이도 했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공식에 변수 대입하듯 딱딱 들어맞는게 재밌어서 참 쉽게 쉽게 읽혔다. 또 한편으론 이러한 철학자들이 대거 인용된 것이 그 권위로 말미암아 신뢰성을 보장해준다는 느낌도 있었다.

마지막에 역자주에서 책 외적인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이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90년대에 발간되었다는 것과 알랭 드 보통이 현재 나와 같은 나이인 25살에 처음 이 책을 출간해냈다는 소개가 나와 있었다. 불과 25살의 나이에 사랑이라는 불같은 감정 속에서 이러한 통찰과 사유들을 해낼 수 있다는게 참 놀라웠고 이런면은 좀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펴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치 내가 연애하듯 쉽게쉽게 빨려들어가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으레 사랑의 끝이 그러하듯 허무하고 공허하고 좀 그런 감정이 남는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또 다른 사랑을 찾듯 나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과거로 부터 배우고 그러한 학습을 바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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