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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자본주의와 자유

Sebien 2012. 10. 2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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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자유.
 이 책은 경제학 사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카고학파의 상징적인 인물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이고 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효율을 통렬히 비판하며 정치사상, 통화제도, 재정정책, 소득재분배, 교육, 면허 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역설한다.

 

이 책의 초판은 1962년 나왔으며 내가 읽은 책은 2007년에 청어람 미디어에서 출판된 번역본으로 2002년에 시카고 대학에서 출간된 40주년 기념판본을 바탕으로 번역된 책이다. 이 책은 20년마다 판을 달리하여 출간됐는데 내가 읽은 판본은 초판(62년)과 82년판, 2002년판의 서문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번역자들이 번역 후기에 밝히듯이 경제학 서적이라기 보다는 공공정책에 관련한 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만큼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경제학적 이론 보다는 정부 개입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비판과 동시에 프리드먼 나름대로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세계경제의 질서를 지배하던 케인즈학파의 이론이 가장 큰 결실을 맺고 있던 1962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케인즈학파의 이론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킨 결과 1960년대는 역사상 유래없는 호황기였다. 그러한 와중에 정부의 개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 책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의 눈엣 가시가 되기 충분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이 책의 3개의 서문은 상황의 변화에 따른 프리드먼의 입장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이 비주류였던 62년도 판본 서문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 전해지는데 반해 케인즈의 이론이 효용을 다하고 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를 케인즈의 어떤 이론으로도 해결하지 못하자 득세하게 된 신자유주의와 그로 인해 주류에 반열에 오르고 노벨상 까지 거머쥔 후 출간된 두 권의 서문에서는 본인의 이론이 입증됐음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세 판본의 서문에서 공히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정책과 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자부심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자유주의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전체주의적 색채를 띄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사회에서 제한되는 정치적, 종교적 자유를 언급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선동과 선전이 가능하며 이 또한 개인의 자유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또한 프리드먼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이 시장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며 시장의 작동은 경제를 항상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간다고 믿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풍요, 차별의 철폐 등은 자유주의 혹은 자본주의의 우수성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이러한 그의 생각 역시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이후 통화제도와 교육제도 빈민 구제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야기되는 수많은 비효율을 수치와 인용을 통해 제시하며 그에 대한 대안적인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프리드먼에게 정부란 그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게임이 공정한 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판관에 지나지 않으며 그 외의 역할은 시장과 합리적인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그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교육 바우쳐제도, 공공주택 제도의 폐지, 빈민층에대한 현금 직접 지원, 누진적 소득세 폐지 및 소득세율 단일화(23.5%), 비과세 및 면세 구간 폐지, 정부의 통화정책 축소 등을 주장한다. 또한 외부효과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며 의사 면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등 매우 급진적인 정책들과 생각들을 담고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때 프리드먼은 그때 당시 시행되던 정부의 정책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획일적이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역행시키며 비효율적이라고 봤고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도입하여 시장기능을 회복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리드먼의 주장들 중 일부는 실제 정책으로 채택되어 실행되었으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며 프리드먼의 많은 분석과 연구들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토대가 되었고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로 많은 사람들이 프리드먼을 지목하는 것도 그의 일관된 주장과 정책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입증되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가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되며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의 믿음과는 달리 시장도 어느정도의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정책이 절충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효율성이 100% 완벽하게 실행되지 못하였음에서 오는 오류일까?
 이 책을 읽고 이런저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져 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실 사회주의도 이론대로 완벽하게 실행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유토피아를 만들 것이고 프리드먼의 구상도 마찬가지로 100% 완벽하게 실행되고 적용 된다면 그 나름대로의 유토피아를 만들 것이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케인즈 학파의 이론이든, 시카고학파의 이론이든 100%완벽하게 실행될 수가 없다는데에 있다.

 모든 것은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세상에 나와서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어느정도 타협된 선에서 정책이 실행되며 또한 그 정책이 실행되는 환경 또한 제각각이기 때문에 지금의 부조리와 잘못이 어떤 사조의 한계이다, 혹은 지금의 성과와 과실이 어떤 사조의 공이다.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 그 이론들은 그 것이 만들어진 시대의 추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경기 침체를 모두 신자유주의의 혐의로 만들고 시장의 기능을 배제한 정책만을 쏟아내는 사회 분위기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해서 언젠가 우리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이고 그 대안을 찾는데 있어서 프리드먼의 이론중 유효한 부분이 취사선택될 것이므로 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많이 만들어준다는 면에서 상당히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는 케인즈에 관련된 책이나 프리드먼의 대척점에 있던 학자인 폴 새뮤얼슨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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