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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휴버먼의 자본론(The Truth About Socialism)

Sebien 2011. 7. 2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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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인 Rio Huberman의 <The Truth About Socialism>의 번역서 이고 번역자의 말을 빌자면 1987년에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일본어 번역판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있는 것을 영어 원서에서 직접 한국어로 옮긴 책이라고 한다.

2011년판 책의 제목이 <휴버먼의 자본론> 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을 보면 그만큼 사회주의에 대한 접근이 대중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1987년에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이 차라리 영어 원제에 더 근접한다는 것을 따져보면 소비에트 연방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는 학문으로서의 가치도 상실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번역자가 설명하듯이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측량하는 도구로서의 사회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데에 동의한다.


자본주의의 병폐와 사회주의


이 책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자본주의의 시스템적 한계를 꼬집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제시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차이점과 마르크스 주의 까지 다양한 철학자, 이론가, 정치인, 언론인의 진술을 예시와 근거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이 어떻게 분화되는지, 노동으로 생산된 잉여가치가 어떻게 자본가의 독점자본이 되어가는지, 자본주의의 핵심가치인 경쟁이 독점으로 인해 어떻게 훼손되는지, 이윤의 분배가 얼마나 불공정한지 등등 자본주의의 약점을 하나하나 들춰내고 대공황 전후의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적절히 제시하여 설득력을 더한다.

사실 통계자료를 죽 나열하기만 했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게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휴버먼의 적절한 부연으로 그러한 사실적인 자료들이 생동감을 얻는다. 가령 "미국의 총 소득 최대치를 달성했던 1929년 최하류층은 연 1000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렸지만 최상류층은 수십~수백만 달러의 소득을 올렸는데 이는 최하류층의 1년치 봉급을 1시간 마다 벌어들이는 것과 같다" 하는식의 묘사 말이다.

여튼 다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휴버먼은 경제적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에서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의 한계때문에 전쟁과 차별등이 나타난다고 역설한다. 그 이유는 기계설비 등으로 인해 생산력은 매우 빠르게 증가하지만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실업이 급증하고 이러한 대중들의 구매력은 거의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세력들은 새로운 시장과 이윤창출을 위해 제국주의를 만들어 내며 아시아 및 아프리카, 중남미를 식민화 하고 식민지조차 찾을 수 없어질 때 전쟁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러한 전쟁 및 식민화 과정에서 국가권력은 정의의 수호보다는 자본의 수호역을 맡으며 전쟁물자를 생산하느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더욱 심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공급과잉은 낭비를 부르며 공황이 아니더라도 전체 생산시설이 80%정도만 가동되고 대공황이 오면 50%채 가동되지 못하는 비효율을 부르는 등 수많은 병폐가 있다고 설명한다.

애초에 상속받은 재산으로 배당액을 받아 불로소득을 누리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서 비롯된 불평등이며 사회에 아무런 생산적인 공헌을 하지 않는 자본가 계급이야 말로 '기생충'이라고 강변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상적 사회주의자들의 실험과 마르크스 주의를 설명하며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무계획적이고 무질서한 낭비와 비효율적인 생산보다는 중앙집권적인 계획을 통한 효율적인 생산으로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역설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는 노동자 및 프로레타리아 계급 스스로의 해방을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 하다는 뜻을 피력한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앞서 소개했다시피 책의 초반부와 중반부는 자본주의의 약점을 파고들며 자본주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내가 특히 감명을 받은 부분은 이윤의 창출이 생산물의 소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단계에서 부터 생산단가를 현저히 낮추어서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원자재에 노동을 가미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이러한 부가가치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되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잉여가치가 전부 자본가에게 돌아간다는 관점이다. 사실 이전에는 이러한 관점으로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외에도 자본주의의 약점을 파고든 부분은 100%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자본주의가 내포하고있는 많은 갈등들을 설명해준다. 가령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스템 하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무의미한데 왜냐하면 자본가의 사익이 공적인 이익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고 소수의 독점사업자들이 국가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산업구조는 공적인 이익과 거리가 먼 사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은 어떤 옷과 신발, 사치품들을 살 자유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없기에 그러한 자유는 없는 것이라는 진정한 자유에 대한 사유 등은 상당히 설득력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주의의 약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사회주의가 제시된 것은 책을 보는내내 불편하게 다가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책이 씌여진 1950년대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기 전이고 냉전시대를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주도했던 당시에는 사회주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겠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사회주의 / 공산주의 국가는 붕괴하였고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 개방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과 이기심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의 본성이 풍요를 바탕으로한 사회주의적 사회에서는 충분히 이타적이고 협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부분도 설득력이 없었는데 휴버먼은 사회주의를 바탕으로한 이상사회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속성을 너무 획일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의복을 예로 들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판매를 위한 의복'이 생산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지급을 위한 의복'이 생산되는데 자본주의적인 경쟁요소가 들어간 의복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급되기위해 획일적으로 생산된 의복보다 더 '이쁘지' 않을까? 사회주의적 사회에서 이러한 심미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만큼 다양한 의복이 생산될 수 있을까? 아니면 생산된 의복에 만족할 정도로 인간의 본성이 변할까?

그리고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가장큰 계기는 결핍이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모든 풍요를 갖출 수 있는 사회주의가 인간의 행동의욕을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을지,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나라는 어떤식으로 그러한 풍요를 이룰 수 있는지 등등 수많은 의심이 들었다.

또 자본주의적 부산물로 마케팅이나 광고업 등의 산업이 나타나게 된 것에 대해서 휴버먼은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사회적으로 필요없고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비춰졌지만 이러한 광고나 마케팅 영역은 인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되는 영역이기도 하며 제품의 품질이나 기술, 기능적 요소보다 이러한 마케팅적 요소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재에서 그러한 관점은 다소 그릇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의 강점으로 묘사되었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휴버먼의 주장과는 달리 정치적 민주주의를 거의 말살하였으며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는 중앙집권화된 권력을 통하여 독재체제를 공고히 했다. 경제적 민주화가 이루어질 지언정 정치적 민주화가 없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가 양립하는 이상적 사회체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회체제를 향유하는 인간이 너무나도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론과 주장들이 사회주의를 옹호하였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이라는 실제적인 증거들이 도처에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번역자가 임의로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설명은 현재 시대상황에 적절하지 않다 판단하여 제외하였다고 첨언했는데 사회주의 파트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내 입장에서느 그런 결정은 백번 잘한 것 같다. 시대는 변화였고 사회주의는 이상사회를 건설하지 못하였다.

제 3의 길


어쨌든 사회주의가 실패하였다고해서 사회주의의 가치 전체가 '쓰레기'라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분명히 존재하는 지금 사회주의적 요소와 자본주의적 요소를 적절히 취합하여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제 3의 길이 존재하는지 탐구하고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지, 자연자원은 없고 인적자원은 많은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오는 특수성은 무엇이 있을지, 이 사회에서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등등 다양한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 책이다.

그동안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정반합의 과정을 걸쳐 사민주의 등등 하이브리드형 사회체제로 가자는 단순하고 뻔한 결론도출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는데 자본주의의 약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가 제시하던 이상사회는 구름밑으로 내려올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지금 어떤 현실적인 이상사회 모델이 제시될 것인지도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고 현재의 자본주의의 약점은 어떻게 보완될 수 있을지도 고민을 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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